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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제 : 갈등은 서로를 무너뜨리는 힘이 아니라, 함께 자라기 위해 마주해야 하는 삶의 과정이다.
적은이 : 김태식

우리는 살아가면서 수없이 많은 갈등을 만난다. 가족과의 갈등, 친구와의 갈등, 직장에서의 갈등, 사랑하는 사람과의 갈등, 그리고 무엇보다도 자기 자신과의 갈등까지. 어떤 사람은 갈등을 불행의 시작이라 말하고, 또 어떤 사람은 갈등이 없는 삶을 이상적인 삶이라 여긴다. 그러나 인문학은 우리에게 조금 다른 시선을 건넨다. 갈등은 삶을 망치는 존재가 아니라, 삶을 성장시키는 과정이라는 것이다.
'갈등(葛藤)'이라는 한자를 들여다보면 흥미로운 장면이 펼쳐진다. 갈(葛)은 칡을 뜻하고, 등(藤)은 등나무를 의미한다. 칡과 등나무는 모두 덩굴식물이다. 둘 다 강한 생명력을 가지고 있으며, 스스로 설 수 없기에 다른 나무를 의지하며 자란다. 문제는 두 식물이 같은 나무를 타고 오르기 시작하면 서로 다른 방향으로 감기며 얽히게 된다는 점이다. 어느 한쪽은 시계 방향으로 감고, 다른 한쪽은 반시계 방향으로 감는 특성이 있어 시간이 흐를수록 서로를 조여 오르고, 결국 떼어내기 어려울 정도로 복잡하게 얽힌다.
옛사람들은 이 모습을 보며 사람 사이의 다툼과 마음속의 충돌을 떠올렸다. 그래서 '갈등'이라는 단어는 단순한 의견 차이가 아니라, 서로의 생각과 감정,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혀 쉽게 풀리지 않는 상태를 의미하게 되었다. 자연을 관찰하며 인간의 삶을 설명했던 선조들의 지혜가 이 한 단어 속에 고스란히 담겨 있는 것이다.
하지만 갈등은 처음부터 거창하게 시작되지 않는다. 아주 작은 오해 하나, 짧은 말 한마디, 상대의 표정 하나가 갈등의 씨앗이 되기도 한다. 처음에는 쉽게 풀 수 있었던 문제가 시간이 지나면서 자존심이 더해지고 감정이 쌓이면 칡과 등나무처럼 점점 더 단단히 얽혀 버린다. 그래서 갈등은 시간이 해결해 주는 것이 아니라, 시간이 지날수록 더 깊어지는 경우가 많다.
사람들은 흔히 갈등의 원인을 상대에게서 찾는다. "저 사람이 먼저 그랬다.", "내 잘못은 없다."라고 말하며 자신을 정당화한다. 그러나 인문학은 갈등의 절반은 상대에게 있을지라도, 나머지 절반은 자신의 마음속에도 존재한다고 이야기한다. 상대를 이해하지 못하는 마음, 자신의 생각만 옳다고 믿는 태도, 먼저 손을 내밀지 못하는 자존심이 갈등을 더욱 단단하게 만든다.
사실 가장 어려운 갈등은 다른 사람과의 갈등이 아니라 자기 자신과의 갈등일지도 모른다. 해야 할 일을 알면서도 미루는 자신, 꿈을 향해 가고 싶지만 현실이 두려운 자신, 용서하고 싶지만 쉽게 놓지 못하는 자신. 우리는 하루에도 몇 번씩 마음속에서 서로 다른 생각들이 충돌하는 경험을 한다. 그래서 인간은 평생 자신과 화해하는 법을 배우며 살아가는 존재인지도 모른다.
동양에서는 갈등을 완전히 없애려 하지 않았다. 음과 양이 서로 대립하면서도 하나의 조화를 이루듯, 서로 다른 생각 역시 공존할 수 있다고 보았다. 반대로 서양 철학에서는 서로 다른 의견이 충돌하는 과정을 통해 더 나은 진리에 가까워질 수 있다고 설명하기도 했다. 서로 다른 길을 걸었지만 결국 두 사상 모두 갈등을 피해야 할 적이 아니라 성장의 계기로 바라보았다는 점에서는 닮아 있다.
자연도 마찬가지다. 씨앗은 단단한 껍질과 싸우며 싹을 틔우고, 나무는 거센 바람을 견디며 더욱 깊은 뿌리를 내린다. 강철도 뜨거운 불과 차가운 물을 수없이 오가며 단단해진다. 세상에 아무런 저항 없이 강해지는 것은 없다. 인간 역시 갈등을 통해 더 넓은 마음과 깊은 지혜를 갖게 된다.
물론 갈등을 미화할 수는 없다. 때로는 상처를 남기고, 관계를 끊어지게 하며, 평생의 후회를 만들기도 한다. 그래서 중요한 것은 갈등이 생기지 않는 삶이 아니라, 갈등을 어떻게 풀어 가느냐이다. 자신의 말보다 상대의 말을 한 번 더 들어 주고, 이기려 하기보다 이해하려 하며, 먼저 사과할 줄 아는 용기를 갖는 순간 갈등은 더 이상 싸움이 아니라 관계를 새롭게 만드는 출발점이 된다.
우리가 쓰는 '갈등'이라는 단어는 칡과 등나무가 서로 얽혀 자라는 자연의 모습에서 태어났다. 서로 다른 방향으로 감아 오르지만 결국 같은 숲을 이루듯, 사람도 서로 다른 생각을 가지고 살아간다. 차이가 있기 때문에 갈등이 생기고, 갈등이 있기 때문에 이해와 화해라는 가치도 존재한다.
어쩌면 갈등은 우리에게 묻고 있는지도 모른다. 상대를 이기려 하는가, 아니면 함께 살아갈 길을 찾으려 하는가를. 삶은 정답을 가진 사람들의 경쟁이 아니라, 서로 다른 사람들이 함께 살아가는 과정이기 때문이다.
"갈등은 사람을 갈라놓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를 이해하는 법을 배우게 하기 위해 우리 앞에 놓인 삶의 질문이다."
✒️ 글 : 김태식
🖼️ 이미지 : AI 창작
📖 참고문헌
- 《표준국어대사전》
-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
- 《논어》 · 《맹자》 · 《중용》
- 인문학 및 언어문화 관련 문헌 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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