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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지는 누구나 한 번쯤 겪어봤을, 가끔은 조용히 숨고 싶어진 삶 속에서의 무거운 고독을 안고 살아간다. 그러나 그 안에서도 자신만의 방식으로 버텨내며 자신을 찾아가는 이야기가 시작된다. 이 소설은 외로운 일상 속에서도 희망을 발견하고, 자신의 삶을 사랑하게 되는 과정을 그린다.

민지, 그녀의 고요한 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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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지, 그녀의 고요한 방

민지의 방은 항상 깨끗했다. 벽에는 따뜻한 색감의 액자가 걸려 있고, 창가엔 푸른 화분들이 가지런히 놓여 있었다. 이 방은 민지에게 고요한 쉼터이자 작은 세상이었다. 그곳에서 그녀는 하루의 피로를 풀고, 잠깐이나마 모든 소음으로부터 벗어나고는 했다.

 

민지는 늘 자신을 ‘무난한 사람’이라고 여겼다. 별로 특별할 것도, 두드러질 것도 없는 평범한 삶을 살아왔기 때문이다. 학교를 졸업하고, 직장에 다니며, 매일 아침 똑같은 시간에 일어나 출근하고 퇴근했다. 집에 돌아오면 누군가를 만나는 일은 거의 없었고, 오직 책과 인터넷 속의 세상이 그녀의 일상이었다. 그러나 민지는 이상하게도 이런 일상에 불만이 없었다. 그저 무감각하게 받아들이고 살아가고 있었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민지는 자신이 너무나도 작은 공간에 갇혀 있는 듯한 느낌을 받기 시작했다. 매일 반복되는 일상은 마치 투명한 감옥처럼 그녀를 가둬두고 있었다. 바쁘게 움직이는 세상 속에서 자신은 뒤처지고 있다는 막연한 불안감이 자리 잡기 시작했다.

 

회사에서도 민지는 늘 눈에 띄지 않았다. 함께 일하는 사람들은 종종 팀원들과 점심 약속을 잡거나, 주말에 만나 소소한 이야기를 나눴다. 하지만 민지는 그런 대화에 쉽게 끼어들지 못했다. 팀장인 성혁은 늘 활기차고 열정적이었다. 그는 민지가 속해 있는 팀을 이끌며, 회사 내에서 중요한 인물로 자리 잡고 있었다. 민지도 그의 열정을 부러워하긴 했지만, 그와 함께하는 시간은 어색하기만 했다.

 

어느 날, 민지는 성혁과 함께 중요한 프로젝트 회의를 준비해야 했다. 두 사람은 일주일 동안 거의 매일 붙어 일을 했다. 성혁은 늘 밝고 명확하게 자신을 표현하는 사람이었다. 반면 민지는 자신의 의견을 쉽게 내놓지 못했고, 그는 그런 그녀의 조용함을 다소 답답해하는 듯했다.

 

 

“민지 씨, 너무 조용하네요. 좀 더 적극적으로 나서봐요. 의견을 내는 것도 중요하잖아요.” 그의 말에 민지는 순간 당황했다. 항상 남들에게 방해되지 않으려 애쓰던 그녀에게, 누군가가 더 나서달라는 말은 낯설었다. 그날 밤 민지는 자신의 방에 앉아 혼자 깊은 생각에 잠겼다. 과연 자신이 이렇게 소극적으로 살아가는 것이 옳은 것인지, 성혁의 말처럼 더 적극적인 모습이 필요한 건 아닌지 고민하게 되었다.

 

며칠 후, 프로젝트가 끝나고 성혁은 팀원들과 함께 축하 파티를 열자고 제안했다. 민지는 늘 그랬듯 조용히 빠져나가려 했지만, 성혁이 그녀를 막아섰다.

“민지 씨, 이번에는 함께 가요. 우리 팀원인데 빠질 수 없죠.”

 

어쩔 수 없이 따라나선 민지는 처음으로 팀원들과 함께 술잔을 나누게 되었다. 처음엔 어색했지만 시간이 흐르며 조금씩 분위기에 녹아들었다. 민지는 그동안 자신이 얼마나 소외감을 느꼈는지, 사람들과의 교류에서 얼마나 멀어져 있었는지 깨달았다. 그리고 그 자리가 싫지 않았다.

 

파티가 끝난 후, 성혁은 민지에게 다가왔다.

“오늘 정말 좋았어요. 다음에도 꼭 같이 해요.”

민지는 말없이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의 따뜻한 미소는 그녀의 마음을 살짝 흔들었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 민지는 불현듯 자신이 조금씩 변화하고 있다는 걸 느꼈다. 성혁과의 대화, 팀원들과의 시간, 그 모든 것이 어딘가에서 묵직하게 남아 있었다.

 

하지만 그녀는 여전히 불안했다. 성혁과의 관계가 단순한 동료애로 끝날지, 아니면 그 이상으로 발전할지에 대한 막연한 기대감과 두려움이 교차했다. 그 후로 민지는 성혁을 의식하게 되었다. 그가 회의 중에 말을 걸면 이유 없이 긴장되었고, 그가 가까이 다가올 때마다 마음이 두근거렸다.

 

 

성혁은 여전히 매력적이고 자신감 넘치는 사람이었다. 어느 날, 그는 민지에게 불쑥 물었다.

“민지 씨, 주말에 시간 있어요? 같이 영화나 보러 갈까요?”

 

민지는 그 순간 모든 생각이 멈춘 듯했다. 처음으로 자신에게 다가온 관심, 그리고 그것이 단순한 동료 이상의 의미를 가질 수 있다는 가능성. 그러나 그녀는 여전히 두려웠다. 마음 한구석에서는 그저 조용히 살아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른 한편으로는 이 기회를 놓치면 후회할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주말이 되었다. 민지는 성혁과 만나기로 한 카페에 나갔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신경 써서 차려입은 민지는 그가 다가오는 모습을 보고 한껏 긴장했다. 두 사람은 영화관으로 가는 길에 이런저런 대화를 나누었다. 성혁은 여전히 밝고, 긍정적인 사람이었다. 민지는 그와 함께 있으면 자신도 조금씩 달라질 수 있을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

 

영화를 보고 난 후, 두 사람은 조용한 공원을 걸었다. 성혁은 문득 멈춰서 민지를 바라보며 말했다.

“사실, 민지 씨가 처음부터 마음에 들었어요. 조용하지만 깊은 사람이란 걸 알았거든요. 더 가까워지고 싶어요.” 민지는 그 말에 아무 대답도 할 수 없었다. 가슴이 두근거렸고, 동시에 두려웠다. 그동안 혼자만의 공간에만 머물렀던 그녀에게 새로운 문이 열린 느낌이었다. 그러나 그 문을 넘을 용기가 필요한 순간이었다. 그녀는 오래 망설였지만, 결국 고개를 끄덕였다.

 

민지는 그날 이후로 조금씩 자신을 개방하기 시작했다. 여전히 조용한 방에서 시간을 보내는 걸 좋아했지만, 이제는 그 방이 더 이상 외로움의 공간이 아니었다. 성혁과 함께한 시간은 그녀에게 새로운 시작을 알려주었다. 그녀는 자신이 생각했던 것보다 더 강하고, 더 따뜻한 사람임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민지의 작은 세상은 조금씩, 더 넓어져 가고 있었다.

 

이 소설은 한 민지의 감정과 내면의 변화를 다룬 이야기로, 일상 속 고독을 극복하고 새로운 시작을 맞이하는 과정을 담고 있는 단편 소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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